스페인 여행의 맛은 레스토랑뿐 아니라 길 한복판에서도 완성됩니다. 짧은 동선, 합리적인 가격, 현지 분위기까지 한 번에 잡는 대표 길거리 음식 3 대장인 보까디요, 추로스, 핀초스를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어떤 조합이 실패 없는 선택인지, 시간을 아끼는 주문 방법팁까지 여행 중 유용한 정보만 담았습니다.
스페인 길거리 음식 보까디요
보까디요(bocadillo)는 바게트 빵에 간단한 속재료를 넣어 만든 스페인의 국민 샌드입니다. 출근 전, 점심시간, 경기장 앞, 기차 타기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손에 들려 있는 그 빵이 바로 보까디요입니다. 가장 기본은 하몬 이베리코(숙성 생햄)와 토마토, 올리브오일을 바른 판 콘 토마테 조합이며, 마드리드에서는 튀긴 오징어 링을 꽉 채운 깔라마레스 보까디요가 유명합니다. 계란 감자 오믈렛을 두툼하게 썰어 넣은 토르티야 보까디요도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빵은 바(Bar)마다 식감이 다르니, 한쪽을 눌러 탄력과 크러스트 소리를 체크해 보세요. 따끈한 빵을 원하면 “caliente(깔리엔떼 : 따뜻하게)”를, 마요네즈 대신 마늘 풍미가 있는 아이올리를 원하면 “con alioli(꼰 알리올)”라고 덧붙이면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사이즈는 보통 한 줄(하나) 기준이지만, 반 사이즈를 파는 곳도 있어 “media(메디아 : 절반)”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동네 바 기준 대략 3–7유로 선, 주요 관광지에선 조금 더 합니다. 물가를 아끼고 싶다면 시장 푸드코트나 대학가 바를 노리는 걸 추천합니다. 보까디요의 진수는 단출한 구성에 있습니다. 속재료를 과하게 섞기보다 1–2가지를 명확히 고르고, 올리브오일과 토마토만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리면 빵의 향이 살아납니다. 곁들이로는 스페인식 감자튀김(파트라스)보다 올리브나 간단한 샐러드가 더 어울립니다. 점심 피크(13:30–15:30)엔 바가 붐비므로, 서서 먹는 바 자리에서 빠르게 먹고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면 동선이 효율적입니다. 열차 시간에 쫓기는 날엔 포장(“para llevar파라 이에바”)으로 주문해 공원에서 피크닉처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간단하지만 스페인 바 문화의 리듬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식사가 바로 보까디요입니다.
추로스
추로스(churros)는 뜨거운 기름에 갓 튀겨낸 반죽을 설탕에 굴려 먹는 디저트이자 간식입니다. 스페인에서는 특히 진한 핫초콜릿(초콜라테)과 함께 찍어 먹는 조합이 정석으로, 아침 식사 대용 혹은 늦은 밤 술자리 뒤 입가심으로 즐깁니다. 마드리드에서는 얇고 바삭한 ‘추로스’와 굵고 촉촉한 ‘포라(porra)’ 두 가지가 자주 보이는데, 식감 차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큽니다. 인원수에 따라 1인분(라시온) 혹은 2인분(도블레)을 고르면 됩니다. 설탕은 기본 제공이 많고, 계피 설탕은 지역과 가게에 따라 선택 옵션일 수도 있으니 “con canela(콘 까넬라 : 계피와 함께)”라고 요청해 보세요. 맛의 포인트는 ‘방금 튀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기름이 자주 교체되고 바삭함이 유지되는지, 접시 바닥에 기름이 고이지 않는지 체크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초콜라테 에스파뇰은 숟가락이 설만큼 되직한 스타일이 흔해, 찍어 먹거나 남은 초콜릿을 마지막에 마셔도 됩니다. 날이 더운 여름엔 초콜릿 대신 카페 콘 레체나 아이스커피류와 곁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격은 동네 초콜라테리아에서 대략 3–6유로 선(추로스+초콜릿 기준)으로, 관광지 중심부는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대기 줄이 길다면 회전이 빠른 스탠딩 바를 선택해 시간을 절약하는것이 좋습니다. 아침 시간대(8–10 시대) 혹은 심야 시간(주말 자정 이후)에 현지인 비율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깔끔하게 즐기고 싶다면 냅킨을 넉넉히 챙기고, 설탕을 살짝 털어내어 달달함을 조절하세요. 달콤함과 바삭함, 그리고 도시에 깔린 기름 냄새마저 여행의 기억이 되는 순간이 바로 추로스 타임입니다.
핀초스
핀초스(pintxos, 핀초)는 바스크 지방에서 발전한 한입 요리로, 작은 빵 위에 재료를 얹거나 꼬치로 꽂아 내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바 카운터에 쭉 펼쳐진 접시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 접시에 담고, 먹은 뒤 꼬치 이쑤시개로 계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가장 기본은 엔초비+고추+올리브 조합인 히호스, 바스크식 게살 샐러드, 대구(바깔라우) 브란다다, 훈제 생선, 푸아그라 소테 등이며, 따뜻한 핀초스는 주문 즉시 조리해 내오기도 합니다. 주문 팁은 ‘조금씩 여러 바를 도는 것’. 한 바에서 과하게 배를 채우지 말고 1–2개만 맛보고 옆 골목의 다음 바로 이동하면 다양한 시그니처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Cuál es el pintxo de la casa?(꾸알 에스 엘 핀초 드 라 까싸 : 이 집 대표 핀초스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실패 확률이 뚝 떨어집니다. 바스크산 사이다(사지드라)나 차갑게 튀기는 카바 한 잔을 곁들이면 궁합이 좋습니다. 가격은 보통 조각당 2–4유로 대가 일반적이며, 따뜻한 조리 핀초스나 재료가 고급일수록 조금 더 합니다. 계산은 먹은 꼬치 개수로 세거나, 접시에 담은 개수를 바텐더가 기록하기도 하니, 꼬치를 버리지 말고 접시에 모아둡니다. 위생 면에서는 뚜껑이 있는 트레이를 사용하는 바, 회전이 빠른 바를 고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점심 이후(13–15시)와 이른 저녁(19–21시)에 가장 다양하고 신선한 선택지가 올라오며, 주방 가동이 본격화되는 시간에 맞춰 따뜻한 메뉴를 노리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소소하지만 유용한 팁 하나: 빵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sin pan(씬 빤 : 빵 없이)” 가능한지 물어보세요. 한입 크기 속재료만 살짝 담아주는 바도 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을 돌며 한 접시씩 쌓이는 꼬치의 무게가, 결국 그 도시의 기억이 됩니다.
스페인 길미식의 핵심은 단순함과 타이밍입니다. 보까디요는 바삭한 빵과 정확한 조합, 추로스는 ‘갓 튀김’, 핀초스는 바 순례가 관건이죠. 이번 여행에서는 하루 한 끼씩 세 가지를 계획에 넣고, 시장·동네 바부터 차근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