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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가을 제철 재료로 만든 파에야, 버섯요리, 하몽

by richmama4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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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을은 해안의 해산물과 내륙 숲의 버섯, 데헤사의 도토리를 먹고 큰 이베리코 돼지가 함께 만드는 풍성한 식탁의 계절입니다. 발렌시아의 파에야, 카탈루냐·바스크의 버섯요리, 안달루시아·엑스트레마두라의 하몽까지, 여행 동선에 맞춰 꼭 맛봐야 할 가을 별미와 주문 팁, 현지에서 실패하지 않는 선택법을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스페인 가을 제철 파에야

스페인 가을 제철 재료로 만든 파에야 

스페인 가을여행의 첫 페이지는 단연 파에야입니다. 발렌시아 해안에서 시작된 이 쌀요리는 원형 얕은 팬에서 쌀알을 납작하게 펼쳐 끓이며 바닥에 ‘소까랏(socarrat)’이라 부르는 고소한 누룽지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클래식한 ‘파에야 발렌시아나’는 닭·토끼·평지콩·가르로파 콩과 로즈마리 향이 특징이고, 해변 도시에서는 새우·홍합·오징어가 들어간 해산물 파에야가 사랑받습니다. 가을에는 수분을 머금은 버섯과 사냥철 재료가 더해진 ‘아로스 데 세타스(arroz de setas)’, 버섯·트러플 향을 살린 ‘아로스 멜로소/칼도소(리소토처럼 약간 촉촉한 스타일)’가 특히 맛이 오릅니다. 주문할 때 “소까랏, 포르 파보르(socarrat, por favor)”라고 말하면 바닥 누룽지를 더 또렷하게 챙겨주는 곳도 많습니다. 대부분 2인분 이상부터 조리하고 25–40분이 걸리니 애피타이저로 올리브·판 콘 토마테를 곁들이며 기다리면 좋습니다. 채식 위주라면 야채·버섯만으로 끓이는 ‘파에야 베헤타리아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향 조합은 신선한 레몬즙 한 방울로 마무리하고, 상큼한 카바나 알바리뇨 같은 산미 좋은 와인을 곁들이면 해산물 풍미가 살아납니다. 소규모 바에서는 미니 팬이나 1인 ‘라시온’ 형태의 ‘아로스’ 메뉴로 제공하기도 하니 발렌시아, 알리칸테, 바르셀로나 해안가 식당의 점심시간(현지식사 13:30–15:30 전후)에 맞춰 찾으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현지 시장에서 테이크아웃을 고른다면 갓 지은 파에야는 뚜껑을 덮어 증기에 눅눅해지는 걸 피하고, 즉시 먹거나 가볍게 공기 접촉을 주는 것이 식감 보존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파에야는 쌀알이 서로 흩어지면서도 중심은 살아있는 ‘알단테’가 중요합니다.

 

버섯요리

가을 스페인의 산과 숲이 건네는 선물은 ‘세타스(setas, 버섯)’입니다. 카탈루냐에서는 주황빛 소나무버섯 ‘로벨욘(=니스칼로스)’이 제철을 알리고, 카스티야·레온과 바스크 일대에서는 보레투스(포르치니)·샹피뇽·트루파(트러플)까지 시장 좌판을 가득 메웁니다. 가장 단정한 즐김법은 ‘세타스 아 라 플란차(철판구이)’로, 올리브오일과 마늘, 파슬리만으로 향을 살려 굽고 소금으로 마무리합니다. 계란과 함께 빠르게 볶아내는 ‘레부엘토 데 세타스’, 깊고 부드러운 ‘크레마 데 세타스(버섯 수프)’, 카탈루냐 가정식의 대표주자 ‘프리칸도(소고기와 말린 버섯 스튜)’, 바스크에서는 ‘토스타(바게트 위에 올린 따뜻한 버섯 토핑)’가 인기입니다. 식당에서 메뉴판에 ‘데 템포라다(제철)’ ‘실베스트레스(야생)’ 같은 표시가 보이면 그날 시장에서 막 들어온 선별 버섯일 가능성이 큽니다. 직원에게 “¿Qué setas recomiendas hoy? (오늘 추천 버섯이 뭐예요?)” 한마디면 테이블에 가장 좋은 접시가 도착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버섯은 기름을 머금어 풍미가 진하니 과도한 소스보다는 산미 있는 화이트·로제, 혹은 프리오랏·리오하 같은 레드의 가벼운 빈티지를 권합니다. 채식·비건 여행자라면 육수 대신 야채 스톡으로 만든 ‘아로스 데 세타스’나 플란차 조리법을 택하면 깔끔합니다. 마켓 키친(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마드리드 산 미겔 등)에서는 구입한 버섯을 즉석 조리해 주는 바도 있어 점심 시간대에 특히 활기가 넘칩니다. 단, 야생버섯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가게와 식당에서만 드세요. 조림·구이·수프 어느 방식이든 가을의 흙내음과 숲 향이 식탁 위로 고스란히 올라와, 해안의 파에야와 전혀 다른 내륙의 진면목을 경험하게 합니다.

 

하몽 도토리 향 품은 이베리코의 진수

하몽은 스페인 미식의 상징입니다. 크게 장기 숙성한 백돼지 ‘하몽 세라노’와 이베리코 흑돼지 ‘하몽 이베리코’로 나뉘며, 그중 ‘데 베요타(도토리 방목)’ 등급은 가을·겨울 ‘몬타네라’ 시즌에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의 고소한 견과 풍미가 각별합니다. 하몽의 맛은 지방의 녹는 점과 근육 섬유의 탄력이 함께 만드는 조화에서 나오므로, 서빙 온도는 실온(차갑지 않게)이 이상적이고, 얇고 길게 칼로 썰어낸 ‘코르테 아 쿠치요’가 향을 가장 잘 살립니다. 바에서는 ‘라시온(접시)’이나 ‘타파(소량)’로 주문하고, ‘판 콘 토마테(토마토 문댄 빵)’·만체고 치즈·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곁들이면 지방과 감칠맛이 균형을 이룹니다. 안달루시아 하부고, 카스티야 이 레온의 기후가 선사하는 각기 다른 풍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샌드위치로 즐기고 싶다면 ‘보카디오 데 하몽’을, 더 가벼운 안주는 얇은 슬라이스에 멜론이나 올리브를 곁들인 조합도 무난합니다. 진지하게 고르려면 라벨의 품종·사육 방식 표기를 확인하세요(예: 100%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보통 최상급). 진공 포장 제품을 여행 중 구입했다면 개봉 후 10–15분 실온에 두어 지방을 깨워 향이 퍼진 뒤 먹는 것이 좋습니다. 페어링은 남부의 드라이한 셰리(피노·마사니야), 혹은 버블이 시원한 카바가 실패 없는 선택입니다. 염도와 향이 강한 만큼 양 조절을 잘하면 여러 날의 바 호핑에서도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고, 가을 하몽은 특히 지방의 고소함과 견과류 뉘앙스가 도드라져 스페인 가을 미식 여정의 클라이맥스로 손색이 없습니다.

가을 스페인은 바다의 파에야, 숲의 버섯요리, 들판의 하몽이 계절의 층위를 만들어 내는 맛의 교과서입니다. 여행 일정표에 도시·시장·바 한두 곳씩만 박아도 만족도가 껑충 올라가니, 오늘 바로 ‘가고 싶은 도시 + 음식’ 조합으로 나만의 미식 루트를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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